수룩의 브랜딩과 그 속의 개인적인 이야기

모델이자 수룩을 러닝하는 이수민(Sumin Lee)의 퍼스널리티

수민(Sumin)이 착용한 슬리브리스팬츠 모두 FINNLEE 제품.

‘나’를 뒤돌아보니 제가 정말 좋아하는 색이 있었고 선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리고는 저만의 브랜드를 갖추기 시작했어요.'

어렴풋이 제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제 의지로 즐겨 입었던 아동 의류 브랜드에요. 그 브랜드에서 다루는 색이 온통 블랙과 화이트였던 걸로 보아 지금의 저와 특별히 다를 게 없는 것 같네요.


저는 형제가 없어 엄마와 막내 이모랑 거의 친자매처럼 지내는데 쇼핑을 좋아하는 두 어른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다양한 옷과 문화를 접한 것 같아요. 사실 본래의 꿈은 따로 있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진학을 포기했을 때 당연한 듯 제 진로는 패션의 길로 정해졌어요. 명색이 패션디자인을 전공한지라 옷을 더 잘 입어야겠다는 생각에 남들 다 입는 옷을 사 입고 꺼내입고 하다 보니 옷 입기가 굉장히 어려워지더라고요. 자주 찾는 웹 쇼핑몰에서 이것저것 따라서 골라 담곤 했는데 주머니 사정 어려운 학생이 돈이 어디 있겠어요. 유행은 금방 바뀌고 급기야 좋아하는 스타일의 형태도 너무 변해서 그간 쏟아부었던 시간이 허무해졌어요.


줏대 없던 그 시절에 뒤죽박죽인 옷장을 보고 있자니 저만의 스타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나’를 뒤돌아보니 제가 정말 좋아하는 색이 있었고 선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리고는 저만의 브랜드를 갖추기 시작했어요. 그게 수룩을 시작하게 된 계기기도 하고요. 수룩의 뜻이 ‘수민의 룩’이라는 것만 들어도 제가 무엇을 계획했는지는 다 아시리라 믿어요.

핀리와의 콜라보레이션과 켐페인 촬영

 

1년 전에 협업에 관하여 제안하신 메일을 뒤늦게 확인하고 연락을 했어요. 마침 수룩은 쇼룸을 준비하고 있는 시기이기도 했고 조금 더 다양한 모습을 고객님들께 보여드리고 싶음에 목이 말라 있던 때라 이 콜라보레이션은 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안이었죠. 수룩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를 여러분들께 선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어요.  메일을 받은 지 1년이 지나 회신을 드렸지만 메일의 첫 줄에 적힌 저에게 처음으로 하신 말씀이 꽤 기억에 남아요. 수룩의 무드는 여전히 차분하고 따듯하다는 말이었어요. 일 년 동안 수룩은 그대로 여전했다는 메세지가 대표로서 저에게 꽤 황홀함을 안겨주었어요. ‘우리 잘하고 있는 거구나’ 하고요.


구(Sphere)



컬렉션의 스토리 비하인드

미니멀리즘을 지향하고 무채색의 간결함을 통하여 동양의 무드를 전하는 아이덴티티에서 파생된 써클은 수룩의 시그니처 쉐입이에요. 블랙의 간결함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대변해 주는 것 같아요. 수룩과 핀리, 브랜드와 브랜드의 협업을 기획했을 때 당연히 저희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그대로 비주얼라이징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핀리와의 이야기 속에는 ‘옛 것’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쉐입이 그대로 드러나 있지요.

Ball Collection

 

EXPERIENCE

저는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에요. 겁이 많아 큰 꿈도 남몰래 꾸곤 하죠. 그 속에서 꿋꿋히 지킨 신념이 있다면 ‘나 자신과의 약속은 어기지 말자’에요. 한 단계씩 꿈을 꾸고 계단을 오르듯 천천히 올라가려고 하는 제 성격상 하나를 이루면 그다음 단계를 위해 준비해요. 중간중간 우여곡절의 시기가 많이 있고 남들 다 있다는 슬럼프도 겪었지만 결국 수지에 있는 작은 집에서 시작한 블로그 마켓이 꿈에 그리던 북촌에 쇼룸을 꾸리고 고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세상에 쉬운 일은 없고 가벼운 일도 없지만 많은 사랑으로 성숙해질 수 있었어요. 항상 감사하고 감사해요


ACT

혼자 2년째 살고 있어요.  24시간 누릴 수 있는 딜리버리의 유혹을 아직은 이기지 못하겠다는 핑계로 일회용품을 아예 안 쓰지는 않지만 나름 지구를 위해 소박한 노력을 해요. 커피는 텀블러에 테이크아웃을 하고, 고체 샴푸바를 쓰고, 장바구니는 항상 꾸깃하게 접어 가방 속에 넣고 다녀요. 제로 웨이스트의 새내기로서 천천히 실천 중에 있어요.


PERSONAL

부동산을 계약했을 때의 들은 말이 있어요. 하루 중 자기 전에 드는 마지막 생각과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첫 생각이 같다면 그 사람은 그 일에 미친 사람이래요. 부끄럽지만 제가 그래요. 하는 일에 미친 사람이 책임감이 없을 수가 없지 않을까요.

'도시에서 벗어나 작은 시골 마을에 집을 짓고 소박하게 나무를 다루는 일을 하고 싶어요. '

RELATION

특별한 것 없이 잠에 취해 살았던 학창 시절의 제 모습은 이제 볼 수 없어요. 시험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지만 부모님 눈에는 그저 열심히 하는 ‘척’ 했던 외동딸의 모습이 과거라면 지금은 그저 재미있어서 하는 제 모습을 보고 부모님께서는 ‘잠을 좀 자라.’ ‘피곤해서 어떡해.’라고 말씀하세요. 무언가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일을 손에 잡으면 이제는 놓기가 어려워요.


FUTURE

세컨드 브랜드를 론칭과 수룩의 아시아 시장 진출이 다음 목표예요. 천천히 단계를 밟아 나아가야겠지만 꼭 이룰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최종적인 꿈은 도시에서 벗어나 작은 시골 마을에 집을 짓고 소박하게 나무를 다루는 일을 하고 싶어요. 서두에 말했던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이루지 못한 꿈이 바로 목수에요. 저는 마지막까지 저와의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수민(Sumin Lee @sooooorok) FINNLEE 여름 컬렉션 제품 착용. 최정선(Jungsun Choi) 촬영. 이혜원(Hyewon Lee) 스타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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